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 8월부터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매입 원금 약 60억 달러는 2026년 4월 기준 약 410억 달러로 불어났고, 배당 수령액만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 종합상사 투자는 2026년에도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5대 상사 지분율은 대체로 9.7-10.8% 구간까지 올라왔다.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를 고른 이유, '보험료 0.5% + 주주환원 7-8%' 구조
버크셔의 일본 투자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자금 조달 방식이다. 버크셔는 일본에서 엔화 표시 회사채를 반복적으로 발행했다. 조달 금리는 대체로 0.5% 안팎. 이 돈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합쳐 7-8% 수준의 총주주환원을 내는 상사 주식을 산다. 조달 비용과 수익률 사이의 간극 자체가 수익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환헤지 효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엔화로 빌려 엔화 자산을 사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흔들려도 부채와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달러를 들고 들어와 엔화 자산을 사는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자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버핏은 2025년 2월 주주서한에서도 "미래 환율에 대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통화 중립적 포지션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매입 시점: 2020년 8월, 버핏 90세 생일
- 매입 단가: 5사 평균 PER 6배, PBR 0.7배
- 매입 금액: 약 60억 달러 (엔화 회사채 6,250억 엔 발행)
- 2026년 4월 평가액: 약 410억 달러 (약 6.8배 증가)
6년간 평가차익 5조 5,000억 엔, 종목별 수익률은 얼마나 났을까
2026년 4월 기준 5대 상사별 평가차익을 보면 마루베니가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마루베니는 매수 평균 약 750엔에서 2026년 4월 약 2,700엔까지 올라 +260%의 평가차익을 냈다. 이토추상사가 +178%, 스미토모상사 +139%, 미쓰비시상사 +121%, 미쓰이물산 +107% 순이다.
5사 합계 평가차익은 약 5조 5,000억 엔으로, 달러 환산 약 350억 달러, 한화 약 50조 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배당 수령액 약 60억 달러를 더하면 사실상 원금을 배당만으로 회수한 구조다. 환차익까지 합산하면 추가로 약 100억 달러가 더해진다.
- 마루베니: +260%
- 이토추상사: +178%
- 스미토모상사: +139%
- 미쓰비시상사: +121%
- 미쓰이물산: +107%
2025-2026년 버크셔의 추가 행보, 지분 10% 돌파와 도쿄해상 제휴
버크셔의 일본 베팅은 단순한 지분 보유를 넘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2025년 2월 주주서한에서 버크셔는 5개 회사와 협의해 보유 비율 상한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각 회사 지분의 10% 미만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 한도에 근접하자 5개 회사가 상한선 완화에 동의한 것이다.
실제로 2025년 8월 미쓰비시상사 지분은 9.74%에서 10.23%로 올라가며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이후 스미토모상사와 마루베니도 각각 10.05%, 10.1%로 10%를 돌파했다. 2026년 시점에서 5대 상사 보유 비율은 대체로 9.7-10.8% 구간으로, 버크셔는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다.
또 하나의 변곡점은 2026년 3월에 나왔다. 버크셔의 재보험 자회사인 내셔널 인뎀니티 컴퍼니(NICO)가 일본 손해보험 1위인 도쿄해상홀딩스 지분 2.49%를 약 2,874억 엔(약 18억 달러)에 취득하며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재보험 협업과 글로벌 M&A 공동 추진을 축으로 하는 10년 기간의 계약이다. 버크셔가 일본 금융기관과 자본업무제휴를 맺은 것은 회사 역사상 처음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도쿄해상 주가는 발표 다음 날 전일 대비 17.07% 급등한 6,857엔에 마감하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일본 종합상사 투자, 지금 진입해도 되는 걸까
버크셔의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접하면 일본 종합상사에 늦게라도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다만 버크셔가 누린 구조적 이점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핵심은 엔화 저리 조달이다. 일본은행이 2026년 7월 정책금리를 1.0%로 동결했지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을 계속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버크셔식 차익 구조의 폭도 좁아진다.
일본 종합상사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 ADR을 통해 매수하거나, 일본 증시에 직접 상장된 주식을 사거나, 일본 ETF로 간접 노출하는 방식이다.
- 미국 ADR 5종: MTSUY(미쓰이), ITOCY(이토추), SSUMY(스미토모), MARUY(마루베니), MSBHF(미쓰비시)
- 환노출 vs 환헤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면 환노출이 유리하고, 엔화 강세 전환이 예상되면 환헤지가 유리
- 한국 상장 ETF: TIGER 일본닛케이225(241180) 등 일본 시장 노출 가능
일본 종합상사 직접 노출 ETF는 드물다. DXJ(WisdomTree Japan Hedged Equity)가 엔헤지 일본 대형주 광범위 노출을 제공하는 편이다.
한국 종합상사 3사와 비교해 보면
일본 종합상사 베팅의 파급 효과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종합상사로는 LX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코퍼레이션 3사가 대표적이다. 2026년 4월 기준 한국 3사 합계 시총은 약 8.5조 원으로, 미쓰비시상사 단독 시총 92조 엔(약 870조 원)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과 한국 종합상사의 가장 큰 차이는 자원 지분 보유다. 일본 종합상사는 광산, 유전, LNG 직접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호주 LNG 등 자원 자산 일부를 보유하고 있으며, LX인터내셔널은 2024년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지분을 인수해 자원 부문을 강화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2026년 PER 8배, 배당수익률 3.5% 수준
- LX인터내셔널: 2026년 4월 주가 약 23,000원
- 일본 5사 매수 전 평균: PER 6배, PBR 0.7배, 배당수익률 4-5%대
Q. 버크셔는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언제까지 보유할 계획인가요?
버핏은 2025년 9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종합상사 주식을 앞으로 50년간 팔지 않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2025년 2월 주주서한에서도 "그렉과 그의 후임자들이 수십 년 동안 이 일본 포지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엔화 약세는 계속될까요?
2026년 4월 기준 엔/원 환율은 약 951원으로, 2020년 8월 약 1,120원 대비 15% 하락한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2026년 7월 정책금리를 1.0%로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엔화 가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불확실하다.
Q. 일본 종합상사 투자 시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요?
일본 종합상사는 자원가격 사이클에 민감하다. 매수 시점에 자원 PMI, 구리, LNG 가격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추가 매입 여지가 제한될 수 있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엔화 조달 구조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버크셔의 일본 베팅은 1989년 닛케이 38,915 정점 이후 30년간 횡보한 시장의 끝자락에서 시작됐다. 저평가 상태에 놓인 자산을 사서 6년간 버텼고, 자원 슈퍼사이클과 엔저, 자사주 매입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맞물리면서 평가차익이 극대화된 사례다.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5년 이상 자금을 묶어둘 수 있어야 성립한다는 점,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살지 말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조건이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