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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는 시기, 늦어도 괜찮을까? 봄날의 작은 실험
지난 4월 초, 친척 농장에서 고구마순을 받아왔다. 보통 5월 초중순이 심는 적기라고 하지만, 나는 좀 일렀다 싶은 4월 중순에 심어봤다.
결과는? 6월 말까지 줄기만 무성하고 알이 거의 들지 않았다. 고구마는 30-35℃에서 가장 잘 자라는 고온 작물이다.우리나라 봄 날씨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농업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지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고구마순의 발근율이 60% 미만으로 급감한다.4월 중순 땅속 온도는 아직 12-14℃에 불과했다. 5월 초로 늦춰 심은 게 오히려 정답이었다.5월 5일경, 온상에서 기른 고구마순이 30cm 정도 자라면 밭에 옮겨 심는다. 이때 중요한 건 순과 잎이 땅 위로 나오도록 살짝 비스듬히 꽂는 것이다.표준 재배법에 따르면, 20-30cm 간격으로 심고, 두둑 높이는 20cm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두둑 없이 심은 밭과 비교해보니, 두둑을 만든 쪽의 고구마 크기가 평균 1.5배 컸다.통기성과 배수성이 확실히 다르다. 고구마는 질소질 비료에 민감하다.퇴비를 많이 넣으면 잎과 줄기만 무성해지고 알이 들지 않는 '도장 현상'이 생긴다. 내 경험으로는, 10평 기준으로 완숙퇴비 20kg 정도면 충분했다.질소 과잉 시에는 고구마의 당도가 3-4브릭스(Brix)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6월경 줄기가 제법 자라면, 비 온 뒤에 줄기를 잘라 새로운 밭에 꽂아도 잘 자란다.이 방법으로 고구마를 증식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 고구마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습한 환경에서는 잎 앞뒷면에 하얀 가루 같은 '부종' 증상이 생긴다. 이건 병이 아니라 생존 기작이라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악화되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이런 증상이 보이면 물을 확 줄여야 한다. 실제로 장마철에 물이 고인 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는 저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심는 시기 | 지온(℃) | 발근율(%) | 최종 수확량(kg/10a) | 당도(Brix) |
|---|---|---|---|---|
| 4월 중순 | 12-14 | 55-60 | 1,800 | 6.5 |
| 5월 초순 | 18-20 | 85-90 | 2,500 | 8.2 |
| 5월 하순 | 22-24 | 90-95 | 2,400 | 7.8 |
| 6월 초순 | 25-27 | 80-85 | 2,100 | 7.0 |
이 표에서 보듯, 5월 초순이 가장 이상적이다. 지온이 18℃ 이상 올라간 시점이 딱 맞는다.
너무 늦게 심으면 생육 기간이 짧아져 수확량이 줄어든다. 고구마순을 구매할 때는 20-30cm 길이에 잎이 5-7장 달린 게 좋다.시중에서 1단(50-100개)에 5,000-15,000원 정도 한다. 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잎이 시들거나 줄기가 가는 건 피하는 게 낫다.수확의 신호, 땅이 갈라지는 순간
9월이 되면 고구마 밭두둑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수확 신호'다.
고구마가 자라면서 땅을 밀어 올리는 거다. 처음 이 현상을 봤을 때는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그런데 농사 경험 많은 이웃이 "이제 다 익어간다"고 알려줬다. 보통 9월 하순부터 10월 중하순,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하는 게 정석이다.서리는 고구마의 최대 적이다. 서리가 내리거나 지면 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진 후 수확하면 보관성이 급격히 나빠진다.실제로 서리 맞은 고구마를 저장해봤는데, 한 달 만에 40% 이상 썩었다. 반면 서리 전에 수확한 건 3개월이 지나도 90% 이상 멀쩡했다.고구마는 심은 후 120-150일 사이에 수확하는 게 가장 좋다. 수확 방법도 중요하다.먼저 땅 위로 뻗은 줄기를 모두 걷어내고 두둑이 노출되게 한 후, 호미나 삽으로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캔다. 상처 난 고구마는 저장 중 썩을 확률이 3배 높다.수확 후에는 그늘에서 2-3일간 말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캘 때 생긴 작은 상처가 아물고, 표피가 단단해져 저장성이 높아진다.우리나라에서는 첫서리가 9월 20일경에 내리는 지역이 많다. 특히 남부 지방에서 고구마 재배가 활발한 이유다.조기 재배의 경우 7월 상순-8월 하순에 수확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저장성이 떨어져 바로 소비하는 게 좋다. 주요 고구마 생산지는 인천 강화, 경기 여주, 충남 논산·당진·보령, 전남 영암·해남·무안, 전북 익산 등이다.| 수확 시기 | 재배 일수 | 저장 가능 기간(개월) | 당도(Brix) | 상품성(%) |
|---|---|---|---|---|
| 9월 하순 | 120-130 | 3-4 | 8.5 | 95 |
| 10월 중순 | 140-150 | 4-5 | 9.2 | 92 |
| 10월 하순 | 150-160 | 2-3 | 9.8 | 85 |
| 서리 후 | 160 이상 | 1-2 | 7.5 | 55 |
이 표를 보면 10월 중순 수확이 가장 이상적이다. 당도는 높아지지만 서리 전에 끝내는 게 중요하다.
고구마는 수확 후에도 호흡을 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관리가 생명이다. 수확한 고구마를 햇볕에 그대로 두면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해 쭈글쭈글해진다.그늘에서 충분히 말린 후 저장하는 게 핵심이다.저장 비법, 12℃의 마법
고구마 저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온도다. 최적 온도는 12-13℃. 이 온도를 유지하면 6개월까지도 보관 가능하다.
하지만 10℃ 이하로 떨어지면 저온 장해가 생겨 속이 갈변하고 단맛이 사라진다. 반대로 15℃ 이상이면 싹이 트거나 썩기 시작한다.내가 겪은 가장 큰 실수는 2019년, 수확한 고구마를 베란다에 보관한 거다. 겨울철 베란다 온도는 영하로 떨어질 때가 많았다.결국 2주 만에 고구마 대부분이 물러 터졌다. 그 후로는 집 안에서 가장 서늘한 곳(보통 신발장이나 다용도실)을 찾아 보관하고 있다.일반 가정에서는 신문지에 개별 포장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는 게 최선이다. 습도도 중요하다.습도 85-90%가 이상적이다. 너무 건조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고구마가 질겨지고, 너무 습하면 곰팡이가 생긴다.신문지가 습도 조절에 효과적이다. 비닐봉지는 절대 금물. 결로 현상으로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상처 난 고구마는 따로 분류해야 한다. 상처가 있으면 31-35℃, 습도 90% 환경에서 5-6일간 두면 상처 부위가 코르크층으로 변해 세균 침입을 막는다.이걸 '큐어링(Curing)'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 과정을 거친 고구마는 저장성이 2배 이상 길어진다. 농가에서는 이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저장 온도(℃) | 저장 기간(개월) | 부패율(%) | 싹 발생률(%) | 당도 유지율(%) |
|---|---|---|---|---|
| 5-10 | 1-2 | 40 | 0 | 60 |
| 12-13 | 4-6 | 10 | 5 | 95 |
| 15-18 | 2-3 | 30 | 80 | 85 |
| 20 이상 | 1 미만 | 70 | 95 | 70 |
이 표에서 12-13℃가 월등히 좋다는 게 확실히 드러난다. 일반 가정에서 이 온도를 유지하는 게 쉽진 않다.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야채·과일' 모드를 활용하거나, 지하실이나 바람이 잘 통하는 창고를 활용하면 비슷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장기 보관의 또 다른 방법, 찐 고구마 냉동
생 고구마의 장기 저장이 어렵다면, 찐 후 냉동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해동 후에도 맛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찐 고구마를 냉동실에 3개월 보관했다가 먹어봤는데, 처음 찔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방법은 간단하다.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껍질째 찐다. 완전히 익으면 꺼내 식힌 후, 한 끼 분량씩 랩에 싸서 냉동한다.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거나, 찜기에 다시 쪄서 먹는다. 개인적으로는 해동 후 살짝 구워 먹는 걸 좋아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군고구마 부럽지 않다.고구마를 냉동 보관할 때 중요한 건 수분 관리다. 랩을 너무 꽉 조이면 얼음 결정이 생겨 조직이 손상된다.적당히 여유를 두고 싸는 게 좋다. 또한 냉동실 온도는 -18℃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이 온도에서 고구마의 효소 활동이 완전히 멈춘다. 고구마순도 버리지 말자. 여름철 고구마순으로 김치를 담그면 별미다.고구마순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슘 함량이 시금치의 2배에 달한다. 실제로 고구마순 100g에는 칼슘이 110mg 들어 있는데, 이는 우유의 1/3 수준이다.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보관 방법 | 보관 온도 | 유통 기한 | 당도 변화 | 추천 용도 |
|---|---|---|---|---|
| 생 고구마(신문지 포장) | 12-13℃ | 4-6개월 | 5% 감소 | 구이, 찜 |
| 생 고구마(냉장) | 5-10℃ | 1-2개월 | 30% 감소 | 단기 소비 |
| 찐 고구마(냉동) | -18℃ 이하 | 6-12개월 | 10% 감소 | 즉석 조리 |
| 고구마순(데쳐서 냉동) | -18℃ 이하 | 3-6개월 | 변동 없음 | 나물, 국 |
고구마는 종류도 다양하다. 호박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촉촉해 찜이나 구이에 좋고, 밤고구마는 분질감이 강해 튀김이나 조림에 적합하다.
자색고구마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일반 고구마(군고구마용)는 식감이 쫄깃하고 단맛이 적당해 군고구마에 제격이다.고구마를 고를 때는 모양이 고르고 병충해 흔적이 없는 것, 표면이 매끈하고 단단한 것, 표피색이 선명한 적자색인 것이 좋다. 흙이 묻어 있는 게 오히려 보관에는 유리하다.씻으면 수분이 남아 곰팡이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 그대로 두면 표면이 검게 변하는데, 이는 폴리페놀 산화 때문이다.엷은 설탕물에 담가 두면 변색을 막을 수 있다. 고구마는 먹을 때도 궁합이 중요하다.고구마를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기 쉬운데, 이는 '아마이드' 성분 때문이다. 이때 동치미를 함께 먹으면 동치미 속 디아스타제가 소화를 돕고, 펜틱 성분이 가스 생성을 억제한다.실제로 전통적으로 고구마와 동치미를 함께 먹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구마 100g당 열량은 130kcal로,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다.당뇨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과잉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고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베타카로틴과 강글리오사이드 성분은 항암 효과가 있어 폐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구마는 NASA에서 우주 시대 식량 자원으로 선정할 만큼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우리나라에서는 18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식재료가 됐다. 특히 비타민 C는 익혀도 50-70%가 남아 있어, 조리 후에도 영양소 손실이 적다.